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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싶은 문제가 없었다

2026년 5월 2일

프로젝트가 끝났는데, 이상하게 다음 프로젝트가 기대되지 않았습니다.

얻은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팀이 무너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획 문서도 나오고, 화면 구현도 되었고, 기능 개발도 잘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씩 어색했던 팀원들도 조금씩 모두 역할을 찾아나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실패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회고를 하려고 하면 한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나는 이 문제를 왜 풀고 싶었나

이 질문에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Product 직무에 대해 나의 업으로 삼기에 확신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정말 Product Management를 하고 싶은 것이 맞는지,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나와 맞는지, 기획이라는 일을 오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어 답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깊게 고민해보니 문제는 직무에 대한 확신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기획하는 일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가까웠습니다. 복잡한 상황을 교통정리하고, 최선의 품질을 가진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협업 구조를 개선해나가고, 문서화를 진행하는 일은 저에게 꽤 자연스러웠습니다.

토이 프로젝트, 사이드 프로젝트 팀장을 맡아 활동할 때에도 그랬습니다. 사람들과 목표를 맞추고, 각자의 역할을 정리하고, 결과물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일은 분명 즐거웠습니다.

UMC에서 교육국장과 중앙 PM 파트장으로 일할 때에도 비슷했습니다. 오래 유지되던 교육 자료, 프로젝트 운영 방식, 피드백 구조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문제를 숨기지 않고 중앙으로 끌어올리는 구조도 만들었습니다.

이 경험들은 제 성향과 맞았습니다. 문제를 정리하고, 협업을 이끌고, 함께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렇기에 제 고민은 "이 일을 내가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할 수 있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주어진 문제를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 답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는 제 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제가 잘 정리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바꾼 것에 가까웠습니다. 실제 개선도 만들었고,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아니면 반드시 붙잡았을 문제"였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즉, 성과는 있었지만, 제 색은 짙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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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낌은 일반 IT 프로젝트를 할 때 더 짙게 느껴졌습니다.

부족한 환경이었기에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기획자, 디자이너, 프론트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가 모인 팀이 있었고, 3개월이라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인력과 시간 때문에 난이도가 있었던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10명의 팀원과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MVP모델 배포를 목표로 해내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든 와이어프레임에 디자인이 입혀지고, 기능 명세가 기능으로 구현되는 개발로 이어지고, 제품이 구체화되는 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기획한 것이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경험은 늘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가지 깊은 고민이 제 머릿속에 자리잡았습니다.

이 문제는 내가 오래 붙잡을 만큼 중요한 문제인가?

이 고민에 대해 저는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프로젝트에서 항상 "이 정도면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오래 붙잡고 싶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프로젝트가 문제없이 굴러갈 수 있는 품질의 기획을 해낸다는 것과 깊게 붙잡고 싶다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와이어프레임, 기능 명세서, 유저 플로우, PRD를 만들고 팀이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정말 타겟층의 날카로운 니즈를 찌르고 있는지, 시장에 이미 비슷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사업화했을 때 지속 가능한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의심이 남았습니다.

팀을 위해서는 최선의 문제 없이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한 품질의 기획을 최대한 빠르게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획에서 조금 더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답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AI의 발전으로 이 고민은 더 자주, 더 깊게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작은 기능 단위의 서비스가 모두 의미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더 큰 플랫폼과 모델이 많은 기능을 빠르게 흡수하는 상황에서, 제가 붙잡을 문제는 단순한 기능 아이디어 이상이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만들 수 있는가보다, 오래 붙잡을 만큼 중요한가가 더 큰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고민은 기획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가 아닌 문제 발견부터 정의까지의 역량에 대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Product 직무가 싫었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풀고 싶은 문제를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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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저는 오래 붙잡을 수 있는 문제를 찾고자 여러 경험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 게임 업계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은 기능형 서비스와 달랐습니다.

토스나 당근마켓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가 비교적 명확한 필요를 가지고 들어옵니다. 송금해야 하고, 계좌를 확인해야 하고, 거래를 해야 합니다. 사용자에게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서비스는 그 일을 더 빠르고 편하게 만들면 됩니다.

게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유저는 게임을 반드시 해야 해서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접속합니다. 시간, 감정을 쓰고 때로는 돈까지 씁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음이 궁금해서 돌아옵니다.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대를 확인하기 위해 접속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통해 게임 업계가 궁금해졌습니다.

게임은 단순히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유저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어떤 캐릭터에 애착을 느끼는지, 언제 다시 들어오고 싶어지는지, 언제 피로를 느끼는지까지 함께 다뤄야 했습니다.

기능형 서비스는 사용자의 목적 달성을 돕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목적을 달성한 뒤에도 다음 목적을 기대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점에서 게임은 유저의 필요보다 기대, 몰입, 기다림 같은 더 깊은 행동 동기를 다루는 영역처럼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특정 게임을 통해 이런 인사이트를 얻은 것은 아닙니다. 높은 순위의 매출 및 인기를 가지고 있는 서브컬처 게임을 보던 중 게임 업계 전체가 흥미롭게 느껴진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점점 깊게 볼수록 관심은 좁혀졌습니다. 모든 게임이 아니라, 이미 강한 몰입과 반복 행동을 만들어낸 게임이 궁금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니케가 계속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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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비주얼이 강하게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것은 스토리였습니다.

니케에서 특히 강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인물이 악역처럼 보였습니다. 주인공을 방해하는 인물처럼 보였고, 좋게 볼 이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그 인물의 행동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시 읽혔습니다.

그는 단순한 주인공의 적대자가 아닌 영웅의 기록과 기억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던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그 순간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런 반전의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장면들이 한꺼번에 다시 해석되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한 캐릭터에 대한 판단이 바뀌자, 그 캐릭터와 연결된 세계관이 다시 보였습니다. 앞으로 다른 인물들은 어떻게 회수될지 궁금해졌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니케는 저에게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은 게임이 아닌 스토리를 통해 유저의 인식을 다시 조직하는 게임으로 보였습니다. 스토리가 캐릭터 애정을 만들고, 그 애정이 다음 업데이트를 기다리게 만들고, 다시 접속할 이유를 만드는 구조처럼 보였습니다.

운영도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대형 업데이트가 열리면 새로운 스토리, 캐릭터, 스킨, 보상 구조가 함께 등장했습니다. 스토리에서 감정적으로 강한 경험을 한 직후, 그 흐름과 연결된 캐릭터나 스킨을 보게 되빈다. 이때 상품은 단순한 판매 항목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방금 경험한 감정의 연장선에서 구매 욕구를 느끼도록 유도했습니다.

이에 더불어 반복 피로를 줄이는 방식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게임은 종종 유저의 체류 시간과 반복 접속을 중요한 지표로 다룹니다. 그런데 니케는 반복 행동을 길게 늘리는 방식만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반복 요소는 빠르게 처리하게 두고, 유저의 집중을 스토리, 성장, 이벤트, 캐릭터에 남겨두는 쪽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오래 붙잡는 것이 아닌, 다시 돌아올 이유를 남기는 방식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방향성을 보고 저는 한번 깊게 파본 후 이후 서비스 기획에 녹여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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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분석을 시작할 수는 없었습니다.
니케를 좋아했기에 그렇습니다. 니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그대로 쓰면, 이 작업은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팬 리포트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쓴다면 독자는 "좋아하는 게임이라서 깊게 본 것 아닌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읽히는 순간,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에 경계하고자 바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니케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아닌 그 감정을 어떤 문제로 인식하고, 방향성을 정하게 되었는가였습니다.

이를 위해 결과를 질문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왜 이장면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들었는가.

"스킨이 사고 싶었다"를 "왜 그 순간 구매하고 싶다는 판단이 생겼는가. 같은 장면을 보고도 어떤 유저는 결제하고, 어떤 유저는 스킵을 누르고, 어떤 유저는 다음 스킨 구매 기회를 기다리는가"

"계속 접속했다."를 "왜 다시 접속했는가. 다음 스토리가 궁금했기 때문인가. 성장 정체를 넘고 싶었기 때문인가. 받지 않은 보상이 있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냥 루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질문은 "왜 나는 니케를 좋아하는가?"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너무 개인적이었습니다. 답이 취향으로 닫힐 수 있었습니다. 분석하고, 더 좋은 인사이트를 남기기 위해서는 질문이 달라져야 했습니다.

같은 스토리와 이벤트를 경험해도, 왜 어떤 유저는 과금하고, 어떤 유저는 비축하고, 어떤 유저는 잔존하고, 어떤 유저는 이탈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스토리를 본다고 모두가 돈을 써주지 않습니다.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모두가 스킨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한정 상품이 나왔다고 모두가 결제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유저는 결제합니다.
어떤 유저는 무료 재화를 모읍니다.
어떤 유저는 다음 기회를 기다립니다.
어떤 유저는 가격 때문에 포기합니다.
어떤 유저는 피로를 느끼고 떠납니다.

같은 몰입 구조를 경험해도 결과는 갈라집니다.

그 차이가 궁금해졌습니다.

스토리는 어떤 미완결 상태를 만들었는가. 이벤트는 왜 지금 들어와야 하는 이유가 되었는가. 스킨은 단순 외형 상품이 아니라 어떤 서사 참여 욕구를 건드리게 되었는가. 반복 피로를 줄이는 구조는 유저를 붙잡는 방식에 어떤 차이를 만들게 되었는가.

그리고 이 모든 상황과 조건은 왜 어떤 유저에게는 과금으로, 또 다른 유저에게는 잔존으로, 또 다른 유저에게는 비축이나 이탈로 이어졌는가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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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가 찾고 있던 것은 더 화려하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오래 붙잡을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지금 저에게 있어 니케는 그 질문 앞에서 처음으로 멈춰서서 오래 붙잡을 수 있는 대상이었습니다. 좋아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행동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니케를 통해 저는 좋아한다는 감정을 가진 유저를 행동 가지를 만들어 어떻게 유형을 나누고, 매출 1위를 달성하기 위한 모델을 세울 수 있었는지 알아보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Words Kiyo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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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 프로젝트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유저는 성장 재화 보상만 받으려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 있기에 다시 들어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니케를 보며 그 이유를 살펴보고, 이를 다른 서비스 기획에도 쓸 수 있도록 정리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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